또먹었어요 2025. 6. 1. 08:01

 

한 남자가 건물 옥상에 올랐다.  
담배 한 대 피우고 머리를 식히려는 평범한 퇴근 후의 일상이었다.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고,  
낮은 조명 아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만이 말없이 깔려 있었다.

남자는 난간 쪽으로 걸어가다 무언가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그 순간,  
**난간 너머에 아이가 있는 것이 보였다.**

벽 위로 살짝 보이는 머리와 어깨, 그리고 움직이는 그림자.

그 아이는 난간 바깥쪽에,  
**즉 허공을 등지고 위태롭게 서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열둘… 열둘… 열둘…"**  
같은 숫자만을 중얼거리며  
**앉았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남자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왜 아이가 난간 밖에 있는 거지?’  
‘어떻게 저기 서 있는 거지?’

그는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_"거기 위험해. 얼른 이쪽으로 와."_  
_"어떻게 된 거야? 내려가자."_

하지만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열둘… 열둘…"**  
그리고 또 한 번, 앉았다 일어서는 듯한 동작.

남자가 난간 앞까지 다가간 순간이었다.  
아이의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왔다.

**그 작은 손이 남자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이는 **힘껏 끌어당겼다.**

남자의 몸이 균형을 잃으며 앞으로 쏠렸고,  
아무것도 받쳐주는 것 없는 난간 바깥으로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잠시 후,  
난간 너머로 다시 아이의 머리가 나타났다.

그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열셋… 열셋… 열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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