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건물 옥상에 올랐다.
담배 한 대 피우고 머리를 식히려는 평범한 퇴근 후의 일상이었다.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고,
낮은 조명 아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만이 말없이 깔려 있었다.
남자는 난간 쪽으로 걸어가다 무언가 이상한 기척을 느꼈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그 순간,
**난간 너머에 아이가 있는 것이 보였다.**
벽 위로 살짝 보이는 머리와 어깨, 그리고 움직이는 그림자.
그 아이는 난간 바깥쪽에,
**즉 허공을 등지고 위태롭게 서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열둘… 열둘… 열둘…"**
같은 숫자만을 중얼거리며
**앉았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남자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왜 아이가 난간 밖에 있는 거지?’
‘어떻게 저기 서 있는 거지?’
그는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_"거기 위험해. 얼른 이쪽으로 와."_
_"어떻게 된 거야? 내려가자."_
하지만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열둘… 열둘…"**
그리고 또 한 번, 앉았다 일어서는 듯한 동작.
남자가 난간 앞까지 다가간 순간이었다.
아이의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왔다.
**그 작은 손이 남자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아이는 **힘껏 끌어당겼다.**
남자의 몸이 균형을 잃으며 앞으로 쏠렸고,
아무것도 받쳐주는 것 없는 난간 바깥으로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잠시 후,
난간 너머로 다시 아이의 머리가 나타났다.
그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열셋… 열셋… 열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