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고

야행으로 북적인 외암마을, 전집 ‘상전’ 포장 후기

또먹었어요 2025. 5. 31. 13:30

늦봄의 어느 저녁, 평소보다 훨씬 붐비는 외암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초가집 지붕 너머로 주황빛 조명이 퍼지고,
전통 가옥 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발걸음이 이어졌어요.

그날은 ‘외암마을 야행’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마을 전체가 은은한 불빛 아래 하나의 축제처럼 변해 있었죠.
하늘은 어두워졌지만 마을은 오히려 더 밝아 보이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활기찬 분위기 속, 특히 유난히 북적이는 한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전집 ‘상전’. 전 맛집으로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죠.

기름 냄새와 사람들의 기대 섞인 표정이 가득한 그 앞,
길게 늘어선 줄을 보자마자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기다릴까, 아니면 포장할까…"

결국 우리는 웨이팅을 포기하고 포장을 택했어요.
바로 먹진 못해도, 따뜻한 전을 집에서 천천히 즐기기로요.

포장된 박스를 들고 나오는데,
따끈한 전 냄새가 밤공기 사이로 은근하게 퍼지더군요.
기분 좋은 기대감이 배고픔보다 먼저 찾아왔습니다.

이날 포장한 메뉴는 해물파전과 감자전,
딱 두 가지지만 상전의 시그니처라 해도 될 조합입니다.

집에 도착해 포장 상자의 끈을 조심스레 풀었습니다.
은박지 안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방 안은 전 특유의 고소한 향으로 가득 찼어요.

 

해물파전은 비주얼부터 든든했습니다.
큼직하게 썰린 오징어, 통통한 해산물,
아삭한 부추와 노릇한 계란옷이 층층이 어우러져 있었죠.

젓가락으로 한 조각을 들어 입에 넣는 순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완벽하게 어우러졌습니다.
해산물의 풍미도 진하게 느껴져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감자전은 모양부터 정갈하고 귀엽습니다.
겉은 노릇하게 잘 익었고, 속은 포슬포슬하면서도 쫀득했죠.
기름진 느낌이 없고 깔끔한 맛이라, 막걸리 안주로 정말 훌륭했습니다.

함께 곁들인 ‘외암 생막걸리’는 톡 쏘는 첫맛이 인상적이었어요.
탄산감이 은은하면서도 시원하게 느껴져, 전과의 조화가 참 좋았습니다.

‘상전’은 외암민속마을에서도 손꼽히는 전 맛집입니다.
‘생활의 달인’ 방송에도 나온 곳으로,
오랜 세월 같은 자리에서 정직한 손맛을 지켜온 집이죠.

기다리지 않고 포장해 온 선택이 아쉬움보다 만족감이 컸던 이유는
그 맛이 집에서도 충분히 전해졌기 때문이었어요.

다음에는 날이 조금 한산한 날,
천천히 줄을 서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막 부친 전을 바로 먹어보는 여유도 가져보고 싶네요.

축제처럼 활기찼던 외암마을 야행,
그 속에서 찾은 소소하지만 깊은 야식의 행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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