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6

빈집에서 들린 숫자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그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오래된 집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습니다.이 집은 수십 년간 비어 있었고, 마을 사람들조차 가까이 가길 꺼릴 정도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습니다.하지만 그는 그런 소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단순히 방치된 주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집 안은 먼지투성이였고,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어 있었지만, 그는 며칠 동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간단한 수리를 거쳐 드디어 입주하게 되었습니다.첫날 밤은 조용했습니다.너무 조용해서 이상할 정도였죠.그리고 둘째 날 밤.남자가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때,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하나... 둘... 셋..."마치 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할 때 부르는 숫자처럼 느껴졌습니다.그는 순간 잠결에 헛소리를 들은 거라 생각하고..

지하 주차장의 여자

늦은 밤, 나는 퇴근 후 집으로 향했다.우리 집은 오래된 아파트라 지하 주차장이 좀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저쪽 구석에서 희미한 불빛 아래 긴 머리의 여자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늦은 시간에 왜 저러고 있지?'이상했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엘리베이터에 탔다.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퇴근길에 지하 주차장에서 똑같은 여자를 봤다. 항상 같은 자리,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어느 날 밤, 나는 용기를 내어 여자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여자에게 다가가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물었다.여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그 얼굴은 온통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눈은 텅 비어 있었다.나는 너무 놀라 뒷걸음질 쳤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복도 끝 아이

늦은 밤, 야근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내가 사는 아파트는 오래된 복도식 구조로, 길고 음산한 복도가 특징이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복도 끝에 무언가가 보였다.자세히 보니, 한 아이가 조용히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이 밤중에... 아이가 혼자서?'섬뜩한 기운이 스쳤지만, 혹시 길을 잃었나 싶어 조심스레 다가갔다.가까이 다가가자 아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복도 바닥을 손톱으로 긁고 있었다."얘야, 뭐 하고 있니? 밤늦었는데 얼른 집에 들어가야지."내가 말을 건 순간, 아이는 움직임을 멈추었다.그리고 아주 천천히, 기계처럼 고개를 들었다.그 얼굴을 본 순간, 심장이 멎을 뻔했다.그 아이의 얼굴엔... 눈도, 코도, 입도 없었다.매끈한 피부만이, 마치 마네킹처럼 덮여 있었다...

옆집 남자

나 홀로 자취를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방음이 정말 최악이었다. 옆집에서 기침하는 소리, TV 소리, 심지어는 휴대폰 진동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으니까. 처음에는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며칠 지나니 오히려 혼자 사는 외로움이 덜어지는 것 같아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었다. 특히 내 옆집에는 비슷한 또래로 추정되는 남자가 살고 있었는데, 우리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퇴근하고 와서 “아, 피곤하다” 하고 혼잣말을 하면, 벽 너머에서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하고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재채기를 하면 “감기 조심하세요” 라는 말이 들려오기도 했다. 그의 다정한 목소리 덕분에 낯선 ..

시골길

교대 근무라 야간에 퇴근하는 일이 잦다.그날도 새벽 2시쯤, 통근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차 안은 조용했고, 나도 모르게 잠깐 눈을 붙였다.눈을 떴을 땐, 익숙한 정류장이 아니었다.집에서 걸어서 한 시간은 족히 떨어진, 외진 도로 한가운데였다.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가로등도 드문 시골길.양옆은 논과 밭뿐이고, 불 켜진 집 하나 없었다.어쩔 수 없이 걷기 시작했는데, 한참을 걷던 중 맞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사람이 다닐 수 없는 시간이었고,이런 길을 새벽에 걸을 이유도 없었다.등골이 오싹해졌다.나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그 사람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그렇게 스쳐 지나가듯 걸었는데, 이상하게 발소리가 계속 들렸다.뒤를 돌아보진 않았다.지금까지도, 그게 정말 사람이었는지는 모른다.단지,..

입주민 안내문

새로운 입주민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본 아파트에서 **안전하고 평온한 생활**을 위해 다음 규칙들을 반드시 숙지하고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 **자정 이후 복도 통행 시** 매일 밤 자정(00:00)부터 새벽 4시(04:00) 사이에는 가급적 복도 통행을 삼가십시오. 부득이하게 통행해야 할 경우, 발소리를 최소화하고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십시오.** 복도 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도 무시하십시오. **그것은 여러분을 부르는 소리가 아닙니다.** --- **엘리베이터 사용** 엘리베이터는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고 있으나, 가끔 **홀수 층(3층, 5층, 7층...)에서 저절로 멈추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이 열렸을 때 복도에 아무도 없더라도 즉시 **‘문 닫힘’ 버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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